05. 너무 큰 남자의 셔츠
–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던 어느 저녁 –
사람이 외롭다는 건, 누군가의 체온을 상상한다는 거야.
꼭 안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체온만으로도 안심하고 싶어서.
그날 저녁,
나는 그녀의 집으로 갔다.
약속도 없었고, 특별한 이유도 없었어.
그냥, 마음이 조금 무거웠던 날.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어줬다.
방 안은 따뜻했다.
창밖으로는 해가 지고 있었고,
커튼은 이미 당겨져 있었으며,
창문 틈새로 부는 바람에 레몬그라스 향이 은은히 퍼졌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다가
옷걸이에서 셔츠 하나를 꺼내 건넸다.
“이거, 입어요. 편하게.”

셔츠는 너무 컸다.
분명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소매는 손등을 덮었고,
어깨선은 팔꿈치까지 흘러내렸다.
“이거… 누구 거예요?”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그녀는 웃지 않았고,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티포트에 물을 붓고,
허리를 숙여 찻잎을 꺼냈다.
그 셔츠는 마치 다른 사람의 체온처럼 느껴졌다.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무게가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향,
너무 부드러운 원단,
그리고 무엇보다 내 것이 아닌 감각.
그녀는 나와 마주 앉아 있었다.
입고 있는 옷은 베이지색 니트.
머리는 헝클어지지 않게 반묶음으로 정리되어 있었고,
손톱은 짧게 정리되어 있었다.
찻잔을 건네며 그녀가 말했다.
“그냥… 그럴 때가 있잖아요.
아무도 아닌 사람이,
조금만 곁에 있었으면 하는 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셔츠를 더 꽉 여몄다.
마치 누군가의 품을 빌리는 것처럼.
그날 밤,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함께 앉아 차를 마셨고,
잠시 그녀의 무릎 위에 머리를 뉘였다.
그 셔츠는 여전히 너무 컸고,
나는 그 안에서
조금만, 아주 조금만,
의지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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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시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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