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체비평/기타

신인감독 김연경 6부— 이름이 작아도 무게는 같다

기록에 남지 않아도,
팀은 그들의 호흡으로 완성된다



---

윤가은 ― 가장 낮은 자리에서 리듬을 만든다

리베로 윤가은은 경기마다 바닥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움직인다.
볼이 떨어지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고, 몸이 반응하기 전에 마음이 먼저 흔들린다.
공이 손끝에 닿는 그 짧은 순간, 팀 전체의 호흡이 다시 정렬된다.

김연경은 그런 윤가은을 ‘조용한 심장’이라고 불렀다.
득점이 터질 때보다, 공을 살려냈을 때 더 크게 박수를 친다.
윤가은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공이 떨어지면 끝이에요.
그래서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경기 중, 윤가은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손끝을 뻗는다.
볼이 떠오르는 순간, 팀의 표정이 바뀐다.
그 짧은 호흡 안에서 모두가 다시 살아난다.
리베로는 주목받지 않아도, 팀의 맥박을 쥐고 있는 자리였다.



---

박주연 ― 리듬을 복구하는 세터

박주연은 코트에 들어가기 전, 벤치에서 늘 눈으로 경기를 읽는다.
누가 무너지고 있는지, 누가 주저하는지를 본다.
세터의 손끝은 감정의 속도를 조절하는 도구다.

“세터는 공을 올리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맞추는 사람이에요.”
그녀의 말은 김연경의 철학과 닮아 있었다.

후반에 투입된 순간, 박주연은 천천히 공을 쥐었다.
서두르지 않고, 단 한 번의 호흡으로 방향을 바꿨다.
공이 네트를 넘자, 팀의 박자가 제자리를 찾았다.
그녀는 미소도, 제스처도 없이 조용히 돌아섰다.
‘흐름을 되돌린다’는 말이 있다면, 그건 박주연의 손에서 시작됐다.





---

문명화 ―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벽을 세운다

문명화는 미들블로커다.
그녀의 역할은 득점이 아니라 차단이다.
상대의 공격 코스를 읽고,
반 박자 빠르게 손을 올린다.
공이 손끝에 스치는 순간,
팀은 한 호흡을 벌 수 있다.

김연경은 말했다.
“좋은 미들은 상대의 선택지를 줄이는 사람이에요.”
문명화의 블록은 숫자로 남지 않는다.
그러나 상대의 공격 루트를 바꾼다.
그 작은 차이가 세트를 지킨다.

경기가 끝난 뒤, 문명화는 기자에게 말했다.
“나는 이름보다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말이 곧 그녀의 배구였다.
팀은 그런 이름 없는 역할들로 완성된다.

백채림 ― 한 걸음 빠른 수비

백채림은 두 번째 리베로로 시작했다.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자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역할에 익숙했다.

볼이 네트를 넘어오기 전,
그녀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빠른 발보다 더 빠른 건 예감이었다.
‘여기로 온다’는 감각이 몸에 남아 있었다.

김연경은 백채림의 움직임을 믿었다.
“채림아, 네 자리에 있으면 돼.”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녀는 팀의 빈 공간을 메우는 그림자였다.

경기 후, 채림은 자신을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그 그림자 덕분에
팀은 언제나 형태를 잃지 않았다.

윤영인 ― 다시 뛰는 사람의 강단

윤영인은 실업리그 출신이다.
한때 ‘떠난 선수’로 불렸던 그녀는
다시 배구화를 신으며 말했다.
“이번엔 끝까지 버텨보려구요.”

훈련 첫날, 그녀는 숨이 차올라 벽에 기대 섰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같은 시간, 같은 자리로 돌아왔다.
김연경은 그 모습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이 팀엔 그런 마음이 필요해요.”

윤영인은 팀 내에서 조용히 리더가 되었다.
경험으로 후배를 다독이고,
실패의 기억으로 자신을 세웠다.

경기 막판, 그녀의 공격이 네트를 넘어가며
점수를 만들었을 때
팀 전체가 일어나 박수를 쳤다.
그건 득점이 아니라, 복귀에 대한 환호였다.


---

해시태그

#윤가은 #박주연 #박소희 #조소현 #문명화
#언더독선수들 #신인감독김연경 #필승원더독스
#기록보다관계 #기술보다신뢰 #팀워크의리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