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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

9월 29일 ― 〈오적〉은 왜 그토록 위험했는가



1970년 가을, 잡지 《사상계》에 실린 김지하의 시 〈오적〉은 한국 현대문학사뿐 아니라 정치사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었다. 단순한 한 편의 풍자시가 잡지 등록 취소라는 ‘필화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건, 시가 가진 힘이 얼마나 날카롭게 작용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시를 그토록 위험하게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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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언어로 그린 다섯 도둑

〈오적〉은 군인, 국회의원, 관료, 재벌, 장성을 다섯 도둑으로 형상화한다. 김지하는 이들을 번드르르한 겉모습과 탐욕스러운 행태로 희화화한다. 배를 두드리며 민중의 곡간을 털어가는 장면은 우스꽝스럽지만, 동시에 누구를 지칭하는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다. 권위와 위엄을 덧칠한 집단이 사실은 도둑이라는 전복적 선언은, 그 자체로 권력을 조롱하는 날카로운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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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걸립패의 장단

시의 형식은 단순한 문학적 장치가 아니다. 김지하는 판소리의 리듬, 걸립패의 장단을 차용해 구어적 리듬을 살렸다. 이는 곧 민중의 귀에 쉽게 들어오는 언어가 되었고, 시가 낭송될 때는 마치 공연처럼 전파될 수 있었다. 웃음과 해학, 익살과 욕설이 뒤섞인 문장은 권위를 웃음거리로 만들며 탈신성화했다. 정권이 두려워한 것은 이 ‘민중의 리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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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뒤에 숨은 분노

〈오적〉은 단순히 우스운 이야기가 아니다. 도둑들이 탐욕의 잔치를 벌이는 장면에서 독자는 웃다가도 곧 분노를 느낀다. 시의 결말은 민중의 조롱을 담지만, 그럼에도 도둑들이 권력을 쥔 채 군림하는 현실을 남긴다. 웃음 끝에 남는 씁쓸함과 무력감은 곧 체제 전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정권 입장에서는 이 시가 민심의 불만을 집약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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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무기가 되는 순간

〈오적〉 필화 사건은 단순한 검열의 역사로만 남지 않는다. 그것은 문학이 권력의 심장을 찌를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시는 교양의 영역이 아니라, 웃음 속에 진실을 담아내는 민중의 무기였다. 정권은 그 웃음을 두려워했고, 그래서 《사상계》의 등록을 취소하며 탄압했다. 그러나 바로 그 탄압은 오히려 시의 힘을 입증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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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1970년의 〈오적〉이 던진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권력을 쥔 자들은 여전히 스스로를 ‘국가의 기둥’이라 부르지만, 민중의 눈에는 또 다른 ‘도둑’으로 보일 수 있다. 웃음은 단순한 희화가 아니라, 권력을 해체하는 힘이다. 그렇다면 오늘의 우리는, 우리 시대의 ‘오적’을 어떤 언어로 마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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