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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스타일/패션과의 대화

토끼처럼 부드럽게, 겨울을 버티는 방식

겨울이 되면 이상하게, 조금 더 둥글어지고 싶어진다.
어디에 기대도 푹 꺼질 것 같은 패딩, 손을 파묻으면 사라질 것 같은 니트,
조금 과장된 퍼 머플러 같은 것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진다.

그럴 때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눈밭 위에 살짝 떠 있는 작은 발자국,
귀를 쫑긋 세우고 서 있다가도 금세 몸을 웅크려 버리는 겨울 토끼.


토끼처럼 보이고 싶다는 말은,
사실 귀여워지고 싶다는 뜻이라기보다
“조금만 더 안전해 보이고 싶다”는 마음에 가깝다.
차가운 바람 앞에서도 상처나지 않을 것 같은,
폭신한 방어막을 온몸에 두르고 싶은 마음.

그래서 올겨울에는
아예 자신 있게 토끼를 닮아 보기로 한다.

화이트, 아이보리, 연베이지 같은 색을 고르고
실루엣은 날카로운 선 대신 둥근 라인으로 가져온다.
목 주변에는 포근한 머플러를 감고,
귀 쪽에는 퍼 이어머프나 니트 비니를 얹는다.
날렵하게 뻗은 구두 대신
발목을 폭 감싸는 퍼 부츠를 신고 나가면,
거울 속의 나는 조금 덜 날카롭고, 조금 더 다정해 보인다.

거리의 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옷장 안에서 골라낸 이 둥글둥글한 것들이
나를 토끼처럼 보이게 만든다기보다
“조금 더 괜찮은 오늘”로 데려다 주는 것 같다.


따뜻한 카페 안에서 머그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으면,
마치 앞발을 모으고 앉아 있는 토끼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작은 테이블 앞에 웅크린 자세,
부드러운 니트 소매 끝,
어깨 위로 걸쳐진 퍼 머플러가 만든 포근한 그림자까지.

누가 보지 않아도,
나 혼자 만족하는 그 모습이 좋다.
오늘 하루는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부드럽게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아서.

집에 돌아와 코트를 벗고,
아이보리 니트와 조거 팬츠 차림으로 거울 앞에 서 보면
온통 크림색으로 덮인 내 모습이
마치 눈밭 위에 웅크린 작은 동물 같아 보인다.
그 장면을 보고 웃음이 새어 나올 때,
나는 비로소 오늘의 피곤이 조금 풀리는 기분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가 겨울에 토끼를 떠올리는 건
귀여움을 흉내 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조금 더 순해 보이는 자신을 만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빠도, 예민해져도,
폭신한 니트와 퍼 머플러 안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면
잠깐이나마 “괜찮아, 오늘은 이렇게 둥글어도 돼”라는
작은 허락을 받는 것 같다.

겨울엔 괜찮다.
조금 더 둥글어도, 조금 더 토끼 같아도.
차가운 공기와 대비되는 그 포근한 모습 덕분에
우리는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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