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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

2월 25일 (2013년) 화려했던 취임식, 그 그림자 속에서 시작된 몰락

1. 광화문을 뒤덮은 '최초'의 열광과 희망의 새 시대 선포

2013년 2월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은 제18대 대통령 취임식을 축하하는 거대한 인파로 뒤덮였다.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자 '부녀 대통령'이라는 기록은 그 자체로 강력한 정치적 서사였다. 단상에 선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를 힘주어 선포했고,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열광했다. 많은 이들이 산업화 시대의 향수와 선진국 도약이라는 미래의 비전을 동시에 투영하며 새로운 리더십에 기대를 걸었다. 겉으로 보기에 이는 민주적 선거 시스템을 통해 선출된 권력이 가장 화려하게 정당성을 부여받는 축제의 장이었다.

2. 오방낭 속의 비밀: 취임 첫날부터 작동한 비선 실세의 주술

이날 취임식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형형색색의 대형 오방낭에서 국민의 소망 메시지를 꺼내는 퍼포먼스였다. 표면적으로는 전통과 소통을 상징하는 기획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충격적인 비사가 숨겨져 있었다. 이 행사의 기획자가 아무런 공적 직함도 없는 '비선 실세' 최순실이었다는 사실이 훗날 국정농단 수사 과정에서 밝혀진 것이다. 국가의 가장 공식적이고 중대한 행사가 취임 첫날부터 민간인의 주술적 취향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었던 셈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사적인 인연에 의해 오염되고 무력화되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불길한 징후였다.

3. 시스템의 배신: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한 비극들

화려했던 취임식의 약속은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정권의 정당성을 뒤흔든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는 외압으로 좌초되었고,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에 올라 감시와 배제의 대상이 되었다. 시스템의 총체적 난국이 가장 비극적으로 드러난 것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였다. 수백 명의 국민이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동안, 국가의 컨트롤타워는 작동을 멈췄고 대통령은 7시간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렸고, 국민들은 절망 속에서 "이게 나라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4. 4년 만의 거대한 반전: 취임식의 광장이 촛불의 바다로

역사의 가장 큰 아이러니는 2013년 2월 25일 환호성이 가득했던 바로 그 광화문 광장이, 정확히 4년 뒤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촛불혁명의 진원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로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자, 분노한 주권자들은 다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위임받지 않은 권력'이 사유화한 민주주의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 시민들은 매주 촛불을 들었다. 결국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박근혜는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다. 2월 25일의 화려했던 시작은 4년 만에 참담한 몰락으로 귀결되었다.

5. 2026년의 성찰: 화려한 이미지 너머 권력의 본질을 직시하며

취임식으로부터 13년이 지난 2026년 오늘, 2월 25일의 기억은 우리에게 무거운 역사의 교훈을 남긴다. 우리는 그날 화려한 이미지와 정치적 수사에 취해, 그 리더십이 가진 불통의 속성과 시스템 사유화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선거라는 단 한 번의 행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선출된 권력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시스템을 운영하는지 끊임없이 감시하고 비판하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주체적인 사유가 없다면, 제아무리 화려하게 시작된 정권이라도 언제든 부패하고 무너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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