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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온도

경쾌한 무모함 31℃ 완벽한 계산을 집어던지고 현실에 몸을 부딪칠 때 느껴지는, 날것의 통통 튀는 에너지

2부: 점화(點火) 구간 (31℃~60℃)

경쾌한 무모함 31℃

완벽한 계산을 집어던지고 현실에 몸을 부딪칠 때 느껴지는, 날것의 통통 튀는 에너지

1. 머뭇거림을 부수고 나아가는 통쾌함

안전하고 고요했던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 순간, 훅 끼쳐오는 낯선 공기와 소음들이 온몸을 때린다. 머릿속으로 수백 번 시뮬레이션했던 완벽한 첫걸음 같은 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막상 현실의 땅에 발을 내디디면 스텝은 엉키고 타이밍은 엇나가기 일쑤다. 하지만 이 구간에서 마주하는 엇박자는 과거의 무기력한 주저앉음과는 전혀 다른 질감을 가진다.

이것은 웅크려 있던 자가 마침내 생각의 굴레를 끊어내고 행동을 시작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이리저리 핸들이 꺾이고 넘어지면서도 묘한 흥분을 느끼듯, 우리는 지금 이 예측 불가능한 세상 속으로 냅다 뛰어드는 낯설고도 짜릿한 감정을 만끽하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서 부끄럽지만, 기꺼이 그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일단 저질러보겠다는 당찬 에너지가 내면을 가득 채운다.

2. 행동으로 나를 빚어내는 역동적인 시간

인간은 먼저 세상에 툭 던져진 존재이며, 애초에 정해진 목적이나 밑그림 없이 스스로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라는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적 통찰은 바로 이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행동하기 전까지 우리는 그저 막연한 가능성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난 계절 동안 내면을 들여다보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진짜 나라는 본질은 방 안에서의 사색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뛰어들어 직접 부딪혀보는 이 앞뒤 재지 않는 선택들을 통해 비로소 구체적으로 조각되기 시작한다. 실수하고, 깨지고, 궤도를 수정하며 그 선택의 무게를 기꺼이 떠안는 모든 우당탕탕하는 과정 자체가 곧 나를 스케치하는 가장 역동적이고 주체적인 작업인 것이다.

3. 일상 속 기분 좋은 헛발질

이 감정은 일상 곳곳에서 생기 넘치는 헛발질로 나타난다.

새로운 업무를 맡아 밤새워 의욕 넘치게 기획안을 작성했지만 방향이 완전히 틀렸다며 무참히 반려당하는 날이 있다. 처음 등록한 방송 댄스 학원이나 크로스핏 클래스에서 마음처럼 몸이 따라주지 않아 거울 속 내 모습이 한없이 뚝딱거리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용기 내어 건넨 농담이 싸늘한 정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예전 같았으면 얼굴을 붉히며 깊은 자괴감과 후회에 빠져 며칠을 허우적거렸을 순간들이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멋쩍게 뒤통수를 긁적이며 "뭐 어때, 일단 해봤잖아" 하고 가볍게 털어 넘길 수 있는 마음의 탄성을 가졌다.

4. 상처가 아닌 굳은살의 시작

이 단계에서의 넘어짐은 더 이상 영혼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상처가 되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삶이라는 캔버스에 나침반 없이 붓을 휘두르며 생기는 건강한 마찰일 뿐이다.

무릎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며 우리는 생각한다.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어있던 어제보다는 한 뼘 더 나아갔고, 한 번 더 세상의 온도를 체감했다고. 이 유쾌하고 당찬 무모함은 앞으로 다가올 더 뜨거운 삶의 열기들을 감당해 낼 아주 훌륭한 첫 단추가 되어준다.


경쾌한 무모함: 31℃

31℃는 앞선 해동을 마치고 세상에 막 뛰어든 직후, 의욕이 앞서 잦은 실수를 겪으면서도 주저앉지 않는 당차고 긍정적인 마음 상태다. 즉, 완벽한 계획보다 우선 행동함으로써 스스로를 만들어간다는 실존주의적 태도를 바탕으로, 기꺼이 실패를 털고 일어나는 유쾌한 감정.